아이작 헤이든의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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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슬래틱과의 인터뷰를 편집했습니다. 자말 루이스에 이어 또 한 명의 '의미 없는' 선수가 주급체계에서 나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몇 번 못 본 루이스와 달리 헤이든은 함께한 추억이 길고 깊다보니.. 앞으로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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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헤이든이 에디 하우 감독으로부터 "떠날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2022년 5월이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구단을 떠나게 된 것은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올해 여름이 되어서다. 뉴캐슬과 연을 맺은지 어언 9년. 거의 인생의 1/3을 '뉴캐슬 소속'으로 보낸 헤이든의 마지막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사실 뉴캐슬 팬들로부터 이렇게 따뜻한 작별인사를 받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참동안 뉴캐슬의 선수로 뛰지 못했던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내 플레이 하나하나가 팬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뉴캐슬과의 이별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던 것임에도 슬픈 이유다. 뉴캐슬에 대한 사랑은 내 마음 한 켠에 영원할 것이다.
헤이든은 2016년 아스날로부터 영입된 후 라파 베니테스와 스티브 브루스 팀의 핵심이었다. 그는 팀의 2017년 프리미어리그 승격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팬들은 헤이든의 적응력과 성실함을 높게 샀다. 하지만 구단이 PIF에 인수되며 모든 상황이 변했다. 결국 2021년 12월 19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가 헤이든의 마지막이 되었다. 그는 뉴캐슬에서의 총 171경기 출장을 기록하고 구단을 떠나게 되었다.
그 경기는 여전히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무릎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존조 셸비가 부상중이었기 때문에 출장할 수 밖에 없었다. 전반전에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한 태클로 경고를 받았다. 골을 넣을 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경기가 뉴캐슬에서의 마지막일 줄은 죽었다 깨어나도 몰랐다. "무릎에 주사 한 대 맞고 몇 주 후면 다시 뛸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무릎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5개월이 넘는 재활을 마치자, 시즌은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하우 감독은 헤이든이 "그의 향후 플랜에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후 그는 임대생 신분으로 여러 구단을 전전하게 되었다. 노리치 시티, 스탕다르 리에주, QPR, 포츠머스를 오가던 3년 8개월 동안 헤이든은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발 한 번 들여놓지 않았다.
그 시기에는 도저히 SJP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팀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헤이든은 뉴캐슬에서의 경험을 감사함으로 되돌아본다. 그는 여전히 뉴캐슬에서의 커리어가 "어릴적 상상도 못했던" 멋진 시간들이었다고 얘기한다. 다음은 그가 회고하는 뉴캐슬에서의 추억들.
라파엘 베니테스 : 처음 뉴캐슬로 이적할 때, 베니테스 감독이 직접 런던에 있는 로즈우드 호텔로 찾아왔었다. 식탁 위에 사탕들을 깔아놓고 포메이션을 그려가며 내게 전술 설명을 해주었다. (웃음)
에디 하우 : 정말 솔직한 사람이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어 선수가 스스로 발전하게끔 유도한다. 선수로서는 정말 최고의 감독인 것이다. 그는 여전히 내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쓰고 있다. 나를 내보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그의 선택이 점을 알고 있다.
하우의 훈련 세션은 최고 엘리트 수준이었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고 언제나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기간에도 훈련만 잘 소화하면 실력이 향상됨을 느낄 수 있었다.
브루노 기마랑이스 : 뉴캐슬 같은 구단에서 선발 라인업에 들기 위한 경쟁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와 브루노와의 격차는 너무 컸다! (웃음) 내가 무릎부상에서 회복되어 훈련에 돌아왔을 때 "그래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마음으로 그와 훈련장에서 겨루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선수라는 것을.
2022년 노리치 시티로의 임대는 원래대로라면 뉴캐슬과의 '작별'이었어야 했다. 임대조항 중에 '프리미어리그 승격 시 완전 이적'에 대한 의무도 있었다.
노리치로 이적하며 뉴캐슬과는 완전히 끝난 줄 알았다. 노리치 시티 스쿼드는 승격하기에 충분했고, 딘 스미스 감독은 나를 "승격을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보았다. 무릎에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메디컬 테스트에서 각종 검사가 꼼꼼히 진행되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즌 첫 훈련을 마치고 일어난 다음날, 내 무릎은 수박만하게 부풀어올라있었다. 며칠 쉬고 붓기가 가라앉나 싶더니 훈련만 하면 재발해버렸다. 무릎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두 번째 수술이 불가피했다.
3개월간의 재활을 마친 헤이든은 마침내 노리치 선수로 데뷔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으로 또 한 번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몸이 완전치 않은데 무리하게 복귀를 앞당긴 것이었다.
사실 정상 스케줄보다 4주~6주 가량 일찍 복귀했었다. 팀의 성적이 나오지 않으며 감독이 위기에 몰려있었고, 나 역시 '실패작'으로 보이기 싫었다. 무릎이 어느 정도는 나아졌으니 경기를 뛰면서도 회복되리라 믿었지만 완전한 오판이었다. 스미스 감독은 결국 12월에 경질되었고 나도 세번째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무릎이 내게 화가 난 듯한 느낌이었다. 수술 후 완치 14주의 판단을 받았다. 팀의 그 시즌은 엉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노리치 팬들이 나를 싫어해도 할 말이 없다. 팀이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실패하며 나는 뉴캐슬로 돌아와야만 했다.
웃긴건 그 시절 이후 나는 무릎에 그 어떠한 문제도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나는 사람들에게 유리몸으로 찍혀있었다. 그럴만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건 앞으로도 내가 싸워나가야 할 편견이다.
스탕다르 리에주로의 임대가 이어졌다. 챔피언십만큼이나 거친 벨기에 리그였으나 최소한 경기 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헤이든은 충분히 리그에 적응하며 녹아들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탕다르 리에주에는 재정적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는 선수들 주급이 제 때 지급되지 못 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뉴캐슬은 소환 조항을 발동해 그를 불러들인 후 QPR로 재임대보낸다. QPR은 당시 챔피언십 강등권을 전전하고 있었다.
QPR도 돈이 정말 없었다. 그래서 난 큰 규모의 주급삭감을 받아들였다. 이런저런 비용들을 고려하면 사실 나는 돈을 오히려 내면서 뛰었던 셈이다. 그만큼 그 시즌은 내게 중요했다. 다행히 시즌 내내 별다른 부상도 없었고, 거의 모든 경기를 뛰었다. 팀도 강등권을 탈출하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나와 QPR은 정말 완벽한 궁합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시즌 막판 몇 경기에 어께 탈골을 달고 뛴게 문제가 되었다. 의사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완전 이적에 대한 내 바램은 어께와 함께 깨졌다.
헤이든은 하릴없이 뉴캐슬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어께부상에서 회복중인 그를 원하는 구단은 없었다. 뉴캐슬은 그에게 특별히 마음을 달랠 열흘간의 휴가를 주었다. 아카데미의 스티브 하퍼 감독도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1군에 대한 희망이 차단된 채, 아카데미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어린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아 경기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SJP의 수만명 관중이 내지르는 소음에 익숙했던 나다. 할리펙스 원정경기에 모인 관중 259명을 보고 맥이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점점 동기부여와 자신감이 떨어졌다. "내가 대체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을 괴롭혔다.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고 아카데미 선수들의 롤모델이자 조언가가 되려고 노력했으나, 프리미어리그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그 때 자메이카 국가대표팀이 마치 '구명보트'처럼 찾아왔다. 그의 아버지가 자메이카 태생이기 때문이다. 사실 헤이든은 유소년 레벨에서 잉글랜드 국가대표를 두루 거친 선수였다. 그는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자메이카 국가대표팀으로 합류하게 된다.
자메이카 대표팀의 일원이 된 것은 내게 정신적으로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합류했을 당시, 자메이카는 미국과의 빅매치 2경기를 앞두고 있던 상태였다. 오랫동안 뛰지 못했던 나지만 맥클라렌 감독은 나를 믿어줬다. 결국 나는 첫 경기에서 45분, 두 번째 경기에선 풀타임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그 두 경기를 마치자 큰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그래, 나는 축구선수였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헤이든은 올 초 겨울이적시장에서 챔피언십의 포츠머스로 임대를 떠났다. 그는 17경기에 출장하며 포츠머스를 강등권에서 구해내는데 일조한다. 그리고 올 여름, 길고 길었던 뉴캐슬과의 인연을 마침내 정리하게 되었다. 그는 그 어느때보다 몸상태는 좋다고 자신한다.
내 커리어 처음으로 FA 상태가 되어보았다. 프리 시즌 훈련은 개인 코치와 훌륭하게 소화한 상태다. 누군가 내게서 팀을 발전시킬 가능성을 본다면 나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 구단들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30세인 헤이든은 선수로서의 커리어 외에도 스포츠 디렉터로서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가족은 런던에 두고 본인은 뉴캐슬 호텔방에 기거하면서도 이미 관련 학위를 두 개나 취득했다. 고된 역경을 딛고 앞날을 향해 나아가는 그가 마지막으로 뉴캐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팀을 위해 뛰지 못한지는 오래되었지만, 내 이름 옆에는 언제나 뉴캐슬이라는 이름이 함께 따라다녔다. 나는 어디서나 뉴캐슬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절대 구단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최근 팀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끔 "만약 그때 조금만 더 잘 풀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뉴캐슬 유니폼을 입고 모든 것을 경기장에 바쳤다는 사실만큼은 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 이제는 정말 끝났으니까, 한 명의 관중으로서 SJP에 꼭 다시 찾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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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우리형은바튼님의 댓글
우리형은바튼 작성일
정말 길게 묵묵하게 이런일이
그리고 루이스같이 쿨한 소회들이네요

줄무니너굴이님의 댓글
줄무니너굴이 작성일
헤이든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선수라 지금도 좋아하는 선수 중 하나에요
정말 잘 풀렸으면 좋았을 것을..그럼에도 제 fm에선 여전히 스쿼드 멤버 중 하나로 쓰면서 추억하는 중이에요

그거슨진ㄹ1님의 댓글
그거슨진ㄹ1 작성일
여러운 시절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구단이 갑자기 업그레이드되면서 선수들 인생에는 마이너스가 되어 버린...

FlyFreelyPpl님의 댓글
FlyFreelyPpl 작성일헤이든, 경기장에서 본지는 참 오래됐지만 상암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응원한 팬들의 마음과 추억 한켠에는 그의 자리가 분명히 있었음이 저 멀리까지 가 위로와 응원이 되길.

Cabaye님의 댓글
Cabaye 작성일이삭에게 헤이든의 프로다움이 있었다면...

홍래님의 댓글
홍래 작성일뭔가 쿨하면서도 슬프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이 드네요. 헤이든 화이팅

그벤님의 댓글
그벤 작성일
정말 든든한 선수였는데 부상으로 인해 내리막을 계속 걷는 모습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더군다나 한창 폼이 좋을 당시 가족사 때문에 런던으로 가려고 했음에도 마음을 돌려 팀에 남아줬던 건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포츠 디렉터로 제 2의 삶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뛰어난 디렉터가 되어 뉴캐슬로 다시 돌아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깜달프님의 댓글
깜달프 작성일
특출하진 않았어도 암흑기 시절 여러 포지션 소화해가면서 분투해줬던 선수라 오래 기억될 것 같네요.
선수로서는 빛을 못 봤지만 훌륭한 디렉터로 돌아와서 우리 이적시장 좀 시원시원하게 이끌어줬음 좋겠네요

영종대교님의 댓글
영종대교 작성일고마웠어요 헤이든 ⚫⚪

아펠리온님의 댓글
아펠리온 작성일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헤이든도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 같은데 별 잡음 없이 묵묵히 버텨준 것도 대단해 보이네요. 앞으로 남은 커리어 잘 마무리 하길..!

No9Shearer님의 댓글
No9Shearer 작성일베니테스가 감독이었던 게 벌써 꽤 오래되었군요. 팀의 암흑기에서 열심히 뛰었던 선수라 더 안타깝네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클럽과 계약하고 많이 뛸 수 있으면 좋겠네요.

KDyer님의 댓글
KDyer 작성일
사랑합니다 헤이든
이게 마지막 소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계속해서 멋진 선수생활과 이후의 커리어도 기대해봅니다